골목 / 차주일 골목 / 차주일 결국, 끝이 있다는 말이지 '막다르다'는 형용사에 체포되어 추방된 명사(名詞)란 말이지 원류에 쫓겨난 지류란 말이지 십육 톤 식수차가 오를 수 없는 넓이 앞에 멈추면 일 톤 탱크로리의 힘으로 엔진소리가 언덕바지에 붙들리면 물통을 실은 자전거가 앞바퀴 흔적으로 뒷.. 시2 2014.04.08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2) <봉지털기 248-2> 노벨 문학상을 받은 주제 사라마구는 기자 에게 "누구로부터 배우는가?"에 대한 질문을 받자 자기가 쓴 소설로부터 배운다고 답했다. 그렇다. 나도 이제는 내가 지은 건축으로부터 배우고 배운다. 그러나 그보다도 내게 더 큰 가르침을 주는 것은 나의 일상이다. 성서.. 봉지털기2 2014.03.31
보월거사선시 655. 보월거사선시 있음과 없음은 있음과 없음 아니니 언어 말씀 역시 진리가 아니네 한 줄기 가을물 저 끝 다한 곳 물결 잠드는 데 배 한 척 지나가네. 禪詩 2 2014.03.26
사흘 민박 / 이상국 사흘 민박 / 이상국 무청을 엮던 주인이 굳이 뭐하는 사람이냐고 해서 시 만드는 사람이라고 일러주었으나 노는 가을 며칠을 거저 내주지는 않았다 세상의 시가 그러하듯 오늘도 나 같은 사람이 있거나 말거나 주인 내외는 근사하게 차려입고 읍내로 잔치 보러가도 나는 지게처럼 담벼락.. 시2 2014.03.25
꽃의 이해 / 이정환 꽃의 이해 / 이정환 내게 이해하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여기 있네, 와 보라고 말하지도 않는다 너는 왜 거기 섰느뇨 물을 수가 없듯이 하루를 이해하고 살아온 것 아니어서 꽃은 거기 피어 몇 줌 향기를 훝고 나는 또 갈매빛 하늘 오래 우러를 뿐이다 - 제19회 현대불교문학상 시조 부문 시조2 2014.03.24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봉지털기 248 > 여행이란 무엇일까? 여행의 기술을 쓴 알랭 드 보통은 "여행은 현실에서 만나는 노여움과 천박한 욕망을 벗어나기 위해" 하는 것이라고 했지만, 그 견해에 나는 동의할 수 없다. 그의 말이 옳다면 여행은 도피 수단밖에 되지 않으며 일상을 증오로 볼 뿐이어서 불건전.. 봉지털기2 2014.03.21
꽃문 / 김기리 꽃문 / 김기리 눈 부릅뜬 산문의 이유를 이 꽃문 보고 알았다 꽃밭 한 평 뚝 떼어 들고 가고 싶은 손버릇 나쁜 마음이 두근거리고 큰 뜻엔 문이 없다지만 문 안에 큰 뜻 앉아계신다. 문 하나 없는 愚問이 꽃문 앞에서 서성거린다. 우물살꽃문에 창살꽃은 한 번도 진 적이 없다 환한 한낮엔 .. 시2 2014.03.19
별리 / 강정숙 별리 / 강정숙 하늘 이리 맑은 날은 무슨 소식이 올 것 같아 강둑의 젖은 억세도 머리 낭창 세우고 햇살에 씻긴 강물은 가르마가 하얗다 바람결에 부쳐온 난독의 문장 한 줄 먼 그대 외진 마음 다 읽을 수 없어서 수척한 가을 전언만 홀로 적는다 은빛 날개를 접고 수면을 오래 보는 중백로.. 시조2 2014.03.18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봉지털기 247> 내게 슈베르트는 면역시스템이다. 존재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나'와 '내가 아닌 것'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마치 하나의 세포가 유지되기 위해 세포의 안과 밖을 구별하고, 막으로 둘러싸인 안쪽의 항상성을 유지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처럼, 인간도 자신의 안과 밖을 .. 봉지털기2 2014.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