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2

골목 / 차주일

이문형 2014. 4. 8. 01:40

                                 골목  /  차주일

 


결국, 끝이 있다는 말이지

'막다르다'는 형용사에 체포되어 추방된 명사(名詞)란 말이지

원류에 쫓겨난 지류란 말이지

십육 톤 식수차가 오를 수 없는 넓이 앞에 멈추면

일 톤 탱크로리의 힘으로

엔진소리가 언덕바지에 붙들리면

물통을 실은 자전거가 앞바퀴 흔적으로 뒷바퀴를 끌어당기며

바퀴가 등고선에 붙들리면

물병을 뒷짐 진 노인의 보폭으로

한 모금과 한 걸음을 바꾸며

홀로 걸어내야 다다를 수 있는 좌표란 말이지

결국, 골목은 사람에게

지금이자 여기이고 막장이다, 결론케 하는 문장이란 말이지

쪽방 한 칸을 마침표로 찍은 꼭대기까지

어떻게 빨아올렸을까, 한 방울의 사람을

우듬지가 물 모금 횟수를 손꼽으며 걸어 오르는 동안

어떤 꿈 꾸었기에

빈방과 고무신짝을 탈각한 맨주먹과 맨발로

수족(手足) 간의 높낮이를 헤아리는 순례에 나섰는가

결국, 낙과 같은 맨주먹이 맨발 높이로 돌아와

모든 손가락을 뿌리처럼 편다는 말이지

그리하여, 없음과 바닥이 맞닿아 더 밑일 수 없는 곳에서

'막다르다'는 형용사를 까부수고

'움켜쥐다'는 동사형 수족을 쟁취한 명사(名士)란 말이지

그리하여, 바닥이 은폐한 그 밑의 밑까지

악몽을 걷어 내 끝내 길몽이게 하는 혁명가란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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