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 접기 ■ 自說 “시인은 무당과 같아.” 오랜 만에 만나 나의 시집을 건네주자 문우 ㅅ은 이렇게 말했다. 그 말을 큰 거부감 없이 들었고, 스스럼없이 헤어졌는데 이 말이 문득문득 떠올랐다. 거부감 없이 들었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죽음, 무생물의 생물화, 종교적인 문제 등 이러한 것들이 .. (시집)상자 접기 2017.11.13
종소리 / 신달자 종소리 / 신달자 외로움이 내게 다가와 잘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은은하게 조금은 무뚝뚝하게 외롭다고 한마디 하네 외로움이 죽음에게 내가 프랑스 루르드 성당에서 사 온 종을 살짝 쳐 주었는데 그게 그렇게 깊은 물소리가 나는 거야 다시 오면 이스라엘 성당 종을 그 다음엔 연둣빛 새.. 시2 2014.07.28
낮달 또는 수월관음도 / 윤금초 낮달 또는 수월관음도 / 윤금초 #1 옥판선지 속 빛 같은 문기 어린 공중 거기 해거름 낮달 한 채 양각으로 돋아있다. 허공은 무젖은 화첩, 숨결소리 들려온다. #2 이따금 비늘구름 미점산수 그려놓고 풋잠 깜박 들었다가 한껏 부푼 구름 일가 빛바랜 수월관음도가 저 달 위에 내걸린다. #3 목.. 시조2 2014.07.28
무후선시 661. 무후선시 위없이 높고 깊은 미묘한 부처님 법은 백 천 만 겁이 지나도 만나기 어려운데 내 이제야 보고 듣고 받아 지니게 되었으니 부처님의 진실한 뜻을 알게 하여 주옵소서! 禪詩 2 2014.07.28
왕귀뚜라미 / 문효치 왕귀뚜라미 / 문효치 머리 위로 억 광년쯤의 거리 거기에서 떠돌던 소리 한 점 그녀의 방 시렁 밑을 지나 내 귀에 들어와 집을 짓고 있네 소리의 몸에 붙어 있는 수많은 별빛들 여기에 와서 마을을 이루고 있네 귓속에 우거진 푸른 풀덤불 풀덤불 속에 물 좋은 귀신 들어오고 있네 시2 2014.06.03
야부선시 660. 야부선시 정원의 꽃은 웃고 있지만 웃는 소리 들리지 않고 숲속에는 새가 울지만 눈물 보이지 않네.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움직이지 않고 달이 연못을 뚫었지만 흔적조차 없어라. 禪詩 2 2014.06.02
저 마애불 / 강정숙 저 마애불 / 강정숙 누군가를 절절히 사랑한다 말함은 깎아지른 암벽에 전각 하나 새기는 일 잘 벼린 마음 하나가 정釘이 되어 뚫어내는 구들장을 뜨듯이 석산을 떠내어 머리에서 발끝까지 새김질을 다 해도 그래도 마음이 없는 너는 끝내 마애불 저 홀로 어두워진 산 빛을 등에 지고 나 .. 시조2 2014.06.02
차가운 볕 / 김수엽 차가운 볕 / 김수엽 세상이 눅눅해서 두렵고 아팠을까 가슴에라도 기와집 한 채 넣고 살았을까 창밖에 햇볕이 와서 똑똑 거리는 한낮인데 젊음도 녹이 슬고 사람냄새 더 그리운데 세 모녀를 둘러싼 네 벽엔 검은 곰팡이뿐 차라리 손때 낀 세상 내려놓고 떠난 길 저 공평한 볕조차 자기 것.. 시조2 2014.05.27
무의자선시 659. 무의자선시 홀로 못가에 앉아 우연히 못가에 한 스님을 만났다. 서로 웃으며 바라보기만 할 뿐 잘 아는지 말을 걸어도 대답을 하지 않네. 禪詩 2 2014.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