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지털기 245 >
아르키메데스는 매우 고결하고 심오한 정신의 소유자로서 과학적 관찰의 보물을 실로 풍부히 거두어들였으나 그에게 인간을 넘어 신에 필적하는 지성이라는 명성과 평판을 안겨준 여러 벌명품에 대해서는 어떠한 글도 남기기를 원치 않았다. 그는 역학과 삶의 필요에 관련된 모든 기술을 천한 육체적 일로 여겼으며, 어떤 물질적 필요와도 무관하며 다른 것과 비교될 수도 없는 아름답고 탁월한 대상에만 열의를 쏟았다. 그러한 대상에서는 증명과 주제가 각축을 벌이니, 주제는 위대함과 아름다움을 주고 증명은 정확성과 초자연적인 힘을 준다. (P 32)
사람들이 기술을 늘 관념적으로 보는 이유는 - 찬양하기 위해서든, 불만을 제기하기 위해서든 - 기술이 시험을 통해서만, 또한 그 시험이 지속되는 동안에만 드러난다는 것을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습관이 들고 행위 경로가 재개되면 기술에 있어서 정말로 독창적인 것은 금세 짠, 하고 사라지지요. 어려워 보이겠지만 학생들이 일단 이 경로에 올라서기만 하면 내가 다소 거창하게 '사회기술적 분석'이라고 부르는 연습을 무척 좋아하게 된다는 점을 말해두어야겠군요. (P 66)
발명은 프로그램과 반프로그램 사이에서 일련의 모색을 통해 결합과 대체를 탐구한다. 진정한 기획은 최전선으로 둘러싸인 부분이다. 따라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기술적 대상'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 둘러싸인 부분을 어느 한 시점에서 가로로 가르는 선, 일종의 멈춰진 이미지에 지나지 않는다. (P 67)
과학기술 없는 인문학은 원숭이 놀음에 지나지 않다는 말입니다. (P 70)
이제 내가 학생들을 어디로 이끌고 가려는지 알겠지요. 시간 속에서 앞으로 나아갈수록 인간의 행위, 기술의 사용, 과학을 통한 경유, 정치의 침입을 구분하기가 '점점 더 불가능해집니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물질화는 사회화요, 사회화는 물질화다"라는 모토가 나온 겁니다. 나는 놀라운 친환경적 능력을 발휘하여 눈에 띄는 자취를 땅에 거의 남기지 않는 개코원숭이들 이야기로 시작해서, 각각의 행위에 점점 더 요원하고 점점 더 혼성적인 물질을 점점 더 많이 동원하는 90억 인류 이야기로 이제 곧 마치려 합니다. 그래서 인류가 지구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가 되는 '인류세*(anthropocene)'라는 새로운 시대를 정의하기에 이른 것이지요. (지질학자가 지구 역사의 다른 시대들에 대조하여 이런 표현을 만들었다는 점이 재미있지요.)
* 네덜란드의 화학자 파울 크뤼천이 신생대 마지막 시기인 홀로세 다음에 오는 시대를 지칭하기 위해 제안한 개념으로서 , 인류로 인한 지구 온난화 및 생태계 침범을 특징으로 하는 현재의 지질학적 시기를 가리킨다. (P 76)
- 브뤼노 라투르. 과학인문학. 과학인문학 편지. 사월의책
'봉지털기2'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문학 명강 (0) | 2014.01.02 |
---|---|
과학인문학 편지 (2) (0) | 2013.08.19 |
망설일 것 없네 당장 부처로 살게나 (0) | 2013.05.19 |
난세에 답하다 (5) (0) | 2013.05.05 |
난세에 답하다 (4) (0) | 2013.04.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