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지털기2

인문학 명강

이문형 2014. 1. 2. 01:35

<봉지털기 246>

일찍이 북송시대의 대철인 장횡거는 진정한 학문의 성격을 이렇게 규정하였습니다.

"천지를 위하여 마음을 세우고, 인류를 위하여 도의를 확립하고, 옛 성인을 위하여 성현의 학문을 계승하고, 만세를 위하여 태평을 연다."

이 말은 학문에 대한 동아시아 지성들의 열정을 고무시킨 상징적 구호입니다. 천지 대우주가 사심없이 만물을 끊임없이 생성하는 자연의 섭리를 배우려는 마음, 만물이 각기 제자리에서 각자의 기질과 특성에 따라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배려, 퇴폐로 향하는 인류의 모습을 각성시키고 인간이 보편적으로 가진 도덕적 품성의 기준을 제시하고 공유시키는 것, 그리고 양질의 정치적 혜택을 누구나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장횡거의 말은 시대를 관통하여 시대와 사회, 역사에 학인과 지성의 근원적 문제의식과 궁극적 방향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P 6)

 

인문학이 자칫 개인의 덕성 함양으로 흐를 수 있는데, 이것은 원래 인문학이 추구했던 정신에 위배됩니다. 문학, 역사, 철학으로 구성되는 인문학은 탁월한 개인을 만들기 위한 처세의 방편이 아닙니다. 인문학적 성찰의 결과를 시민과 함께 나눈다는 것은, 우리가 속한 공동체의 미래에 대한 희망의 시도입니다. 인문학은 학문적으로 깊이 심화되어야 하지만, 또 이러한 심화된 인문학은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확산되어야 합니다. (P 10)

 

법정 스님은 "지식은 바깥의 것이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지만, 지혜는 안의 것이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P 17)

 

적정기술의 또 다른 예로 '바이실 라바도라'라는 세탁기를 들 수 있습니다. 예전에 저희 어머니는 세탁기를 발명한 사람을 만나면 하루에 세 번 절을 하겠다는 말을 했습니다. 옛날 여성들은 빨래를 하느라  하루를 다 보냈습니다. 빨래는 여성들의 일생에 큰 짐이었습니다. 그런데 후진국 여성들은 여전히 그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탁기를 싼 값에 주려고 해도 안타깝게도 전기가 부족해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바이실 라바도라가 이 문제를 해결해 줍니다. 드럼통에 자전거 페달을 달아 동력을 마련했습니다. 아주 간단한 아이디어로 정말 심각한 문제를 굉장히 쉽게 해결한 것입니다.

MIT 대학교에는 '디랩D-Lab'이라는 학과목이 있는데 굉장히 인기가 좋습니다. 수강 신청을 하려면 추첨을 해야 할 정도입니다. 이 수업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수업 시간에 후진국 문제라든지 선진국이라도 소외된 지역의 문제를 찾아서 해결해 주는 방법에 대한 아이디어를 짜고 계획을 세우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게 합당하다 싶으면 아프리카든 어디든 보내 줍니다. 학생들이 현지에 직접 가서 시연을 해 보고 필요한 것들을 보내 주기도 합니다.

요즘 삼성과 애플 사이에 기술, 특허 등을 놓고 치열하게 싸우는 일이 종종 발생합니다. 물론 기술을 개발한 사람들에게 정당한 대우를 해 줘야 하는 게 마땅한 일입니다. 그래야 기술이 발전하고 인류에 공헌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소수의 사람들이 그렇게 엄청난 돈을 취해야 하는 것인지는 생각해 봐야 할 문제입니다. 기술만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지역 사람들에 대한 고려, 인간에 대한 이해, 그 지역 사회에 대한 우선적인 이해 등과 결부될 때 선한 결과가 나오지 않나 싶습니다. 많은 자본을 투입하는 원조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P 29)

 

우리는 흔히 만리장성을 보기 위해 베이징으로 가서 가장 사람들이 많이 찾는 팔달령으로 갑니다. 이곳만 보곤 만리장성을 다 보고 왔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아주 잘못된 생각입니다. 만리장성이 들판이나 산 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렇지 않습니다. 만리장성의 서쪽 끝 관문인 가욕관은 중앙아시아 사막에 있습니다. 그리고 동쪽 끝 관문인 산해관은 바다에 면해 있습니다. (P 47)

 

 - 강신주 외 14. 동양고전. 인문학 명강. 21세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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