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지털기2

난세에 답하다 (4)

이문형 2013. 4. 19. 17:25

<봉지털기 243-4>>

한순간 내게 보배가 될 존재는 어디서 찾을까. 앞서 말했듯 진시황의 아버지 자초를 왕위에 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은 여불위다. 그는 진시황이 13세 때 황제로 즉위하자 실질적인 권력을 휘두르며 섭정했다. 당시 여불위가 자초를 보면서 한 말이'기화가거'이다. 기이한 물건은 미리 차지해두는 것이 좋다는 뜻이다. 세상에 몇 없는 물건이나 앞으로 큰 이윤을 남길 만한 물건은 값이 쌀 때 미리 차지해두면 나중에 엄청난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 여불위는 이런 안목에서 자초에게 큰돈을 투자했으며 결국 천하를 뒤흔들 만한 권력을 소유하게 되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떤 것이 기이한 물건인가'를 볼 줄 아는 안목이다. 이중섭 그림이나 고려청자만 기화가 아니다. 이 세상에는 기화가 곳곳에 널려 있다. 그렇다면 가장 소중한 기화는 무엇일까. 사람이다. 내 옆에 있는 사람, 내 앞에 있는 사람, 내 뒤에 있는 사람, 모든 사람이 진정한 기화다. (P 200)

 

한나라 때 유행한 문장을 '부'라고 한다. 당나라 때는 시가 크게 유행했으며 송나라 때는 '사', 원나라 때는 '희곡', 명나라 때는 '소설'이 각각 크게 유행했다. 이를 줄여서 '한부' '당시' '송사' '원곡'이라고 한다. 시대의 특징을 간단하게 드러낸 말로서, 각각의 시대를 풍미했던 대표적인 문장 스타일로 중국사를 이해한 결과다. (P 203)

 

'한상지만'은 서로 알게 된 것이 늦었음을 한탄하는 고사성어다. '만시지탄'과 같은 뜻이다. 인간관계에서 자신을 알아주는, 뜻이 맞는 사람을 늦게나마 만나는 것도 행운이다. 이해관계를 따지는 관계가 아니라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멘토 같은 친구, 하소연할 수 있는 친구, 앞날을 위해 서로 자극을 주고 충고해줄 수 있는 친구가 필요하다. 늦게라도 그런 친구를 만날 수 있다면 행운일 것이다. (P 213)

 

위나라 군대를 개혁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오기의 모습은 '솔선수범'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는 행군할 때면 병사들과 똑같이 짐을 졌고 잠을 잘 때도 돗자리를 깔지 않았으며 병사들이 먼저 먹거나 마시지 않으면 그도 먹고 마시지 않았다. 밥과 반찬도 여느 사병과 똑같았다. 오기가 병사를 얼마나 아꼈는지는 다음 일화가 말해준다.

병사 하나가 부상을 당해 몸에서 피고름이 흘렀다. 이를 본 오기는 자신의 입으로 병사의 상처를 직접 빨았다. 누군가 이 이야기를 병사의 어머니에게 전하며 아들이 훌륭한 장수를 만나 좋겠다고 했다. 그러자 어머니는 대성통곡했다. 그 까닭을 묻자 병사의 어머니는 그렇게 제 몸처럼 병사를 아끼니 누군들 목숨 걸고 싸우지 않겠냐며, 자신의 아들도 분명 전투에서 전사할 것이기 때문에 우노라고 대답했다. 실제로 그 병사는 다음 전투에서 용감하게 싸우다 전사했다.

개혁은 개혁 주체와 개혁을 보조하는 참모 그리고 개혁을 이끄는 전문가가 솔선수범하지 않으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오기가 일흔여섯 번을 싸워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은 상승 장군으로 남을 수 있었던 까닭은 병사와 동고동락하며 병사의 몸을 자기 몸처럼 아낀 덕분이다. 정치가는 국민을 제 몸처럼 아끼며 정치를 해야만 한다. 그래야 국민이 따른다. 개혁의 가장 중요한 요체는 개혁에 대한 국민의 동의에 있기 때문이다. (P 241)

 

사기에서 '관포지교'는 우정을 대변하는 고사성어로 인정받는다. 죽음도 불사하는 '문경지교', 허물없이 막역한 '막역지교', 가난하고 보잘것없는 시절의 '포의지교'도 유명하다.

'저구지교'라는 재미난 고사성어도 있다. 저구는 절구의 절굿공이를 말한다. 곧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를 일컫는다. 후한서 <오우전>이 그 출전이다. '거립지교'는 한 사람이 수레를 타고 다니고 한 사람은 패랭이 모자를 쓰고 다니는, 즉 부자와 가난뱅이 사이지만 거기에 구애받지 않고 사이좋게 지내는 관계를 말한다. '망년지교'는 나이도 초월할 수 있는 우정을 말한다. 출전은 남사 <하손전>이다. '총각지교'는 말총머리를 한 총각, 즉 어릴 적부터 친하게 지내던 친구 사이를 말한다. '죽마고우' '죽마지교'와 같은 말이다. '총각'이란 단어는 시경 <제풍보전>에 보이고, 진서 <하소전>에 '총각지호'라는 표현이 나온다.

삼국지를 보면 유비가 제갈량을 두고 한 말이 있다. '수어지교'다. 물과 물고기 같은 사이라는 것이다. 제갈량과 유비 사이는 물과 물고기처럼 떨어질 수 없는 관계라는 뜻이다. 가난할 때 사귀었던 벗은 '빈천지교'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런 모든 우정 가운데 가장 최고의 경지는 무엇일까. 지음의 경지가 있다. 우정의 최고 경지로 '지음'을 꼽는다고 시비 걸 사람은 없을 것 같다. (P 270)

 

  - 김영수. 역사서. 난세에 답하다 (사마천의 인간 탐구). 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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