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지털기 237-4>
시스템 이론이란 세계를 모든 현상의 상호 연관성과 상호 의존성에 의해 파악하는 것이며 이 기본 구조에서는 그 특성이 그것을 형성하고 있는 부분으로 환원될 수 없는 통합된 전체를 시스템이라고 부른다. 살아있는 조직체 , 사회 및 생태계는 모두 시스템이다. (P 229)
낙태가 전국적으로 정확히 어느 정도로 일어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정확한 통계가 아직 없기 때문이다. 단지 추정할 뿐이다. 2005년 보건복지부가 실태조사를 통해 추정한 건수는 연간 34만 건 정도였다. 하지만 낙태전문가들은 이 수치를 믿지 않는다. 일부 전문가들은 연간 150만 건 이상의 낙태가 있다고 주장한다. 연간 신생아 수가 40만 명 남짓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그 수가 얼마나 많은지 짐작이 갈 것이다.
대한민국에서의 낙태는 법률상 범죄인 것이 분명하나 사실상 처벌되지 않는 이상한 범죄이다. (P 236)
이 나라는 건축가나 건축 장인들을 너무나 홀대한다. 수년간 복원에 힘써 마침내 조선 궁궐의 위용을 갖춘 경복궁을 세상에 선보일 때도 이를 총지휘한 대목장의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화려한 복원행사에 경복궁을 복원한 대목수들이 주빈으로 초대되어 그들의 노고를 치하 받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이러니 한국에서 사그라다 파밀리아(성가족 성당)를 설계하여 전 세계 관광객을 바르셀로나로 모으는 스페인의 안토니 가우디나 노출 콘크리트를 사용하여 자연과 건물을 하나로 만든 일본의 안도 타다오가 나올 수 있겠는가. (P 262)
……(단원 김홍도의 「송하맹호도」)그런데 이 그림 어떻게 그렸을까요. 자세히 보십시오! 정말 대단하지요? 제가 15cm도 안 되는, 호랑이 머리 부분만을 확대했는데 이렇게 실바늘 같은 선을 수천 번이나 반복해서 그렸습니다. 이건 숫제 집에서 쓰는 반짇고리 속의 제일 가는 바늘보다도 더 가는 획입니다. 이런 그림을 그려낼 수 있는 화가는 지금 우리 세상에 없습니다. 웬만한 화가는 저 다리 한 짝만 그려보라고 해도 혀를 내두를 것입니다. ……흔히 ‘한국 사람은 일하는 게 대충대충이야’하는 얘기, 어려서부터 많이 들으셨죠? ……이른바 조선 사람의 ‘엽전의식’은 순전히 일제가 날조한 것입니다. 사실은 전혀 다릅니다! (P 268)
9·11사건을 일으킨 수괴로 일컬어지고 있던 오사마 빈 라덴이 2011년 5월 1일(미국 동부 시간) 미군에 의해 사살되었다. 9·11사건이 일어난 지 10년 만이다. 미국은 온통 축제 분위기다. 이 소식을 접한 다수의 미국 시민들은 뉴욕 맨해튼 거리로 나와 환호성을 질렀다. “우리는 그를 잡았다!(We got him!)”
미국정계도 축제 분위기다. 미 상원은 5월 3일 성공적인 작전을 펼친 미군 및 정보기관에 찬사를 보내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결의안은 모처럼 민주, 공화 양당이 정파적 입장을 접은 가운데 표결 참석의원 전원(97명)의 만장일치 찬성으로 통과되었다. 결의안은 “빈 라덴을 사살한 임무를 수행한 군 및 정보기관 관계자들에게 존경을 보낸다.”라며 성공적인 임무 수행을 축하했다. 오랜만에 미국이 살판났다.
그런데 5월 7일 미국의 대안 언론인 《커먼 드림즈》에 글 하나가 실렸다. 글머리에 굵은 글씨로 이렇게 쓰여 있었다. “만약 이라크 특공대가 조지 부시의 집에 침투해 부시를 암살하고 그 시신을 대서양에 버렸다면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우리는 자문해야 할지도 모른다.” 한마디로 축하 파티에 재를 뿌리는 글이다. 누가 이런 글을 썼다는 말인가.
그 글의 주인공이 바로 노엄 촘스키이다. 그는 오사마 빈 라덴 사살 후 축제 분위기에 있는 미국 사회에 대해 일격을 가했다. 그는 이 짧은 글을 통해 미국 정부의 오사마 빈 라덴 사살은 계획된 살해이며, 이것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과연 촘스키다. 미국의 지성이자 양심으로 통하는 그가 결국 할 말을 한 것이다. 이런 말이 얼마나 어려운 지 우리는 안다. (P 280)
- 박찬운. 강의서. 책으로 세상을 말하다. 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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