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지털기 237>
사람 하나라도 부당하게 가두는 정부 밑에서 의로운 사람이 진정 있을 곳은 역시 감옥이다. (P 37)
그러나 여기에서 한 가지 분명히 해두자. 소로가 말하는 ‘불복종’과 ‘폭력’과의 관계 말이다. 소로는 폭압적인 정권에 대한 폭력적 저항권을 인정하지만 일반적인 시민정부 - 민주주의 원칙에 의해 세워진 정부를 말한다 - 에 대한 ‘불복종’은 철저히 ‘비폭력적’이어야 함을 주장한다.
이러한 비폭력적 불복종은 많은 이들의 연구에 의해서도 계승되었는데 대표적인 사람이 ‘정의론’으로 유명한 존 롤스이다. 롤스는 그의 책 『정의론』(황경식 옮김)에서 정부가 정의의 원칙을 심각하게 위반한 경우 시민불복종이 가능하다고 하면서 그 불복종은 “법이나 정부의 정책에 변혁을 가져올 목적으로 행해지는 공공적이고 비폭력적이며 양심적이긴 하지만 법에 반하는 정치적 행위”라고 정의했다. 롤스는 ‘법에 대한 충실성의 한계 내에서 법에 대한 불복종’이 시민불복종의 핵심이라고 설명한다. (P 39)
소로의 시민불복종은 기본적으로 비폭력 저항을 의미한다. 사악한 정부에 대해서는 그 관계를 절단하고 그 방법으로 세금납부를 거부한 것이다. 이와 같은 비폭력 저항은 톨스토이와 간디에게 영향을 미쳤고 마틴 루터 킹의 시민권운동 나아가 오늘날까지 비폭력 시민저항운동의 사상적 뿌리로서 영향을 미치고 있다. (P 40)
기본적 자유가 무엇일까. 롤스는 그 목록을 제시한다. 정치적 자유(투표의 자유와 공직에 취임할 자유), 언론과 결사의 자유, 양심과 사상의 자유, 신체의 자유, 사유재산권 등이 바로 그것들이다. 다만, 롤스의 사유재산권에서 주의할 것은 생산수단에 대한 권리는 이 목록에 들어가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논자에 따라서는 롤스를 급진좌파라고 하는 모양이다.
위의 권리 목록은 오늘날 인권 목록에서 말하는 자유권의 내용과 거의 일치한다. 그런 면에서 롤스의 정의의 제1원칙은 고전적 자유주의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그러나 롤스가 정의의 원칙을 여기까지만 말했다면 그의 정의관은 19세기 계몽 철학자에 불과했을 것이다. 롤스의 진면목은 다음에서 말하는 제2원칙에서 발견된다.
차등의 원칙
다음으로 롤스 이론의 제2원칙은 무엇일까. 이것은 한 사회의 경제적 원칙을 말한다. 과연 사회의 부는 어떻게 분배되어야 정의의 원칙에 맞는 공평한 것이 되는가. 완전 평등을 추구해야 할까. 아니면 불평등을 용인해야 할까. 만일 불평등을 용인해야 한다면 어떠한 한계 속에서 용인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롤스는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이익이 되지 못하는 불평등한 분배는 원칙적으로 반대한다. 이 말은 롤스가 하나의 조건 아래 불평등, 즉 차등을 인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불평등한 분배가 가능하려면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이익이 되어야 한다는 조건이다.
모든 사회적 가치(자유, 소득, 재산 및 자존감의 기반)는 이들 가치의 전부 또는 일부의 불평등한 분배가 모든 사람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 한 평등하게 분배되어야 한다. 그래서 모든 사람에게 이익을 주지 않는 단순한 불평등은 부정의 된다.
그런데 롤스에게 있어 관심사는 사회구성원 중 하층민(최소 수혜자)에 대한 배려이다. 즉, 차등의 원칙은 한 사회의 최소 수혜자의 이익에 부합되어야 한다. 이것은 불평등한 분배가 된다 해도 그것이 용인되기 위해서는 가장 낮은 계층의 사람들에게 상대적으로 더 유리하게 분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p 75)
- 박찬운. 강의서. 책으로 세상을 말하다. 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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