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2

남광 자망 닻 전문 / 이설야

이문형 2014. 3. 13. 01:18

             남광 자망 닻 전문  /  이설야

 

 

화수부두로 47번가에서 길이 끊겼다

공장 안에 바다가 갇혔다

커다란 철문 안에 선박이 줄에 묶인 채 녹슬어 간다

 

갈매기들이 공장 굴뚝 연기를 지우다가

폐수로 흐르는 검은 바다에 내려앉아 물고기를 찾고 있다

찾아도 찾을 수가 없는 것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세상에 대고 문을 두드릴 때가 있다

 

문 닫은 상점 앞에

아귀를 들고 누군가 서 있다

백발 노인이 도마 위에 내려놓고 아귀의 배를 가르자

내장과 함께 황새기, 임연수, 새우깡봉지가 쏟아져 나왔다

 

물고기들이 헤엄쳐 지나온 길이

바다의 수심을 내리치는 도마 위에서 끝이 났다

 

'남광 자망 닻 전문'간판 아래

오후가 오후를 지우며 느리게 걸어가고 있다

붉은 닻들 서로 엉켜 붙어 더 이상 가지 못한다

소라 껍데기를 매단 그물들이 바다를 찾고 있다

 

물고기의 눈이 서서히 닫히고 있는 화수부두

길은 어디까지가 길인가

 

 

 

 

 

 

 

'시2'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흘 민박 / 이상국  (0) 2014.03.25
꽃문 / 김기리  (0) 2014.03.19
세한도 / 박현수  (0) 2014.03.06
책 바느질하는 여자 / 손택수  (0) 2014.02.27
비자림 / 박 준  (0) 2014.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