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2

비자림 / 박 준

이문형 2014. 2. 18. 01:18

                                                               비자림  /  박 준

 

 

당신 아버지의 젊은 날 모습이 지금의 나와 꼭 닮았다는 말을 들었다 숲길은 잔돌을 발로 차거나 비자나무 수피를 뜯으면서 답을 미루어도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

 

나는 한참 먼 이야기, 이를테면 수년에 한 번씩은 미라가 되어가는 이의 시체를 관에서 꺼내 새 옷을 갈아입힌다는 어느 해안가의 사람들을 말하려다 말고 그만 두었다 서늘한 바람이 무안해진 우리의 곁으로 들었다 돌아나갔다

 

어깨에 두르고 있던 옷을 툭툭 털어 입으며 내가 웃었고 그제야 당신도 조금 웃었다 사람으로 맞이히지 않아도 좋았을 날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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