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바느질하는 여자 / 손택수
제본소 여자에게 책은 상처다
책바느질하느라 입은 상처가 골무를 낀 손가락에 가득하다
바느질 중에 하필이면 책바느질이라니
여자에게 책은 아물지 않고,
자꾸 덧나는 식으로 묶이는 어떤 생애를 닮았다
본드로 등을 처바른 책보단 한 땀 한 땀
기워가는 책에 더 마음이 간다는 여자,
실밥 자국은
맹장 수술 자국이 남아 있던 옛 애인의 아랫배 같다
펼쳐보면 페이지 페이지
그 아랫배를 슬슬 문질러주며 부르던 노래가
흘러나올 것도 같은데
전에는 무슨 일을 했느냐 물으면 가만히 실밥을 감추며 책장을 덮는다
세상 모든 冊은 모름지기
이런 실밥 자국 같은 것이 있어야 한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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