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2

책 바느질하는 여자 / 손택수

이문형 2014. 2. 27. 01:57

                   책 바느질하는 여자  /  손택수

 

 

 제본소 여자에게 책은 상처다

 책바느질하느라 입은 상처가 골무를 낀 손가락에 가득하다

 

 바느질 중에 하필이면 책바느질이라니

 여자에게 책은 아물지 않고,

 자꾸 덧나는 식으로 묶이는 어떤 생애를 닮았다

 

 본드로 등을  처바른 책보단 한 땀 한 땀

 기워가는 책에 더 마음이 간다는 여자,

 

 실밥 자국은

 맹장 수술 자국이 남아 있던 옛 애인의 아랫배 같다

 펼쳐보면 페이지 페이지

 그 아랫배를 슬슬 문질러주며 부르던 노래가

 흘러나올 것도 같은데

 

 전에는 무슨 일을 했느냐 물으면 가만히 실밥을 감추며 책장을 덮는다

 

 세상 모든 冊은 모름지기

 이런 실밥 자국 같은 것이 있어야 한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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