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 / 박경남
가시가 목에 걸렸다
고봉으로 담긴 한 끼의 시간이 정지되었다
바다를 떠난 뼈가 몸에 뿌리를 내리더니
저녁이 벌겋게 부어올랐다
무심히 삼킨 고등어 한 점
그 속에 물의 뼈가 숨어있었다니,
물속에서 자란 뼈가 급류처럼 거세다
벌컥벌컥 물을 넘기고 밥 한술 밀어넣는다
파도에 소용돌이치던 가시
밤새 들이켠 물에 더욱 자라난 것인지
단잠을 쿡쿡 쑤셔대기 시작했다
뿌리가 깊을수록 부력도 커지는 것일까
물살에 휘감긴 무늬를
누군가의 몸에 다시 새기고 싶었는지
물소리의 파동으로
잡힐 듯 밀려가기를 반목하며
길은 쉽게 열리지 않는다
통증을 다 피우기 위해 가시는 결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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