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2

가시 / 박경남

이문형 2012. 12. 11. 01:39

                   가시  /  박경남

 

 

가시가 목에 걸렸다

고봉으로 담긴 한 끼의 시간이 정지되었다

바다를 떠난 뼈가 몸에 뿌리를 내리더니

저녁이 벌겋게 부어올랐다

 

무심히 삼킨 고등어 한 점

그 속에 물의 뼈가 숨어있었다니,

물속에서 자란 뼈가 급류처럼 거세다

벌컥벌컥 물을 넘기고 밥 한술 밀어넣는다

 

파도에 소용돌이치던 가시

밤새 들이켠 물에 더욱 자라난 것인지

단잠을 쿡쿡 쑤셔대기 시작했다

 

뿌리가 깊을수록 부력도 커지는 것일까

물살에 휘감긴 무늬를

누군가의 몸에 다시 새기고 싶었는지

물소리의 파동으로

잡힐 듯 밀려가기를 반목하며

길은 쉽게 열리지 않는다

 

통증을 다 피우기 위해 가시는 결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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