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2

눈뜨는 화석 / 황외순

이문형 2012. 1. 18. 01:19

           눈뜨는 화석  /  황외순

           천마총에서

 

 

소나무에 등 기댄 채 몸 풀 날 기다리는

천마총 저린 발목에 수지침을 꽂는 봄비

맥 짚어 가던 바람이 불현듯 멈춰선다

 

벗어 둔 금빛 욕망 순하게 엎드리고

허기 쪼던 저 청설모 숨을 죽인 한 순간에

낡삭은 풍경을 열고 돋아나는 연둣빛 혀

 

고여 있는 시간이라도 물꼬 틀면 다시 흐르나

몇 겁 생을 건너와 말을 거는 화석 앞에

누긋한 갈기 일으켜 귀잠 걷는 말간 햇살

 

- 2012 동아일보 시조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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