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2

향낭 / 김강호

이문형 2012. 1. 6. 01:49

                  향낭  /  김강호

 

 

차오른 맑은 향기 쉴 새 없이 퍼내어서

빈자의 주린 가슴 넘치도록 채워 주고

먼 길을 떠나는 성자

온몸이 향낭이었다

 

지천명 들어서도 콩알만 한 향낭이 없어

한 줌 향기조차 남에게 주지 못한 나는

지천에 흐드러지게 핀 잡초도 못 되었거니

 

비울 것 다 비워서 더 비울 것 없는 날

오두막에 홀로 앉아 향낭이 되고 싶다

천년쯤 향기가 피고

천년쯤 눈 내리고……

 

- 2011 유심. 올해의 좋은 시조 수상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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