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낭 / 김강호
차오른 맑은 향기 쉴 새 없이 퍼내어서
빈자의 주린 가슴 넘치도록 채워 주고
먼 길을 떠나는 성자
온몸이 향낭이었다
지천명 들어서도 콩알만 한 향낭이 없어
한 줌 향기조차 남에게 주지 못한 나는
지천에 흐드러지게 핀 잡초도 못 되었거니
비울 것 다 비워서 더 비울 것 없는 날
오두막에 홀로 앉아 향낭이 되고 싶다
천년쯤 향기가 피고
천년쯤 눈 내리고……
- 2011 유심. 올해의 좋은 시조 수상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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