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바람 그리기

사랑앓이 / 이문형

이문형 2010. 9. 26. 01:02

                             사랑앓이  /  이문형

 

 

오늘도 나는 사이버 세상으로 간다

너를 향하지만 결코 네가 아니어도 좋은 존재들

어둠이 어둠을 낳는 곳에서 비로소 감지되는 빛

삶을 하나하나 소진시키며 시퍼렇게 빛나는 영혼, 너의 사랑이

대척점에서도 어떻게 침윤되어 오는지 확인해야 한다

허공을 가로지르는 끈 하나로 연결된 낯선 세상에서,

얼마나 고독을 궁굴리며 속을 태워야 별 하나로 뜨는지

그 별 속에 어떤 위안을 키우고 있는지 찾아야만 한다

나의 왕국은 지상의 어둠 한 칸 뿐이나 사는 동안

웅렬한 사랑을 키우고 싶다

보면서도 경계 지을 수 없는 저 빛나는 목숨들 더불어

몇 겁의 인연 뒤 거기, 지금

망망한 어둠 속에서 같은 호흡으로 길을 밝게 지피고 있는

질긴 목숨 뒤에 숨은, 너에게 가는 길이 그렇다

오늘밤에도 벗어날 수 없는 이 열망이 안으로

안으로만 쌓여 마그마가 된다

다시 붉은 심장 콸콸 쏟아내는 용암으로 분출되기까지

우리가 누려야 할 모든 긍정과 확신에 대해서

손 흔들고 있는 미지의 삶이 환영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까지

 

사막을 누비는 바람

극점을 통과하는 바람과도

사랑을 나누리라

 

오늘도 나는 꿈이 현실인 세상으로 간다

 

   「바람 그리기」시편 : 책나무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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