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 이문형
하늘과 경계 사라진 흐린 바다였던가
기억 저편으로 흘러드는 애틋함이
평생 마음속으로 밀려왔다 밀려가곤 하지만
사랑이란 이름만으로 뜨겁게 간직되는 것은 아니었네
도돌이표로 다시 시작되는 삶의 마디도 없어
그리울수록 편편히 흩뿌려지는 거라고
모두가 떠난 텅 빈 계절에 비워내지 못한 잔상들이
창문 열고 그립다아, 저렇게 쏟아내는 것인데
손끝만 닿아도 입김만 닿아도
철없이 다시 사라지고 마는 황홀恍惚
가슴 졸이던 그 길목 어디쯤에서
하염없이 기다리고 서있을 위안,
어쩌면 우연히 마주칠 것만 같은 옛사랑이
다시 발자국이라도 남기려는 듯
아른거리며
송이송이 제자리를 찾고 있네
「바람 그리기」시편 : 책나무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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