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바람 그리기

단풍 / 이문형

이문형 2008. 10. 25. 13:20

              단풍  /  이문형



다시는 돌아들지 않는 것들만  

눈부시게 타고 있는 저물 무렵.

알 것 같은 이별 앞에서

엇나간 상처까지 꼼꼼히 챙겨

서산마루 언저리 가을 부챗살빛으로 꽃단장한다.

하루를 살갑게 태우고 있는 빛깔로 화장을 한다.

오늘도 아무 일이 없었다고

빗장 열고 마실가듯 놀 속으로 젖어 들리.

사랑이 떠나갈 때마다 언제나 자신을 위해 울지만

살아온 그 많은 이별 앞에서 한번은 환해져야 하지 않겠나.

너에게 남긴 고통, 그 죄는 태워야 하지 않겠나.

떠날 것을 예감하며 환희에 젖는 아,

완성으로 가는 길이다.

세상이 아직 호기로울 때

안녕, 이제 기꺼이 고별을 하자.

우리 모두 떠날 때

눈부시게 타오르는 삶이겠기에.

 

   「바람 그리기」시편 : 책나무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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