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 이문형
다시는 돌아들지 않는 것들만
눈부시게 타고 있는 저물 무렵.
알 것 같은 이별 앞에서
엇나간 상처까지 꼼꼼히 챙겨
서산마루 언저리 가을 부챗살빛으로 꽃단장한다.
하루를 살갑게 태우고 있는 빛깔로 화장을 한다.
오늘도 아무 일이 없었다고
빗장 열고 마실가듯 놀 속으로 젖어 들리.
사랑이 떠나갈 때마다 언제나 자신을 위해 울지만
살아온 그 많은 이별 앞에서 한번은 환해져야 하지 않겠나.
너에게 남긴 고통, 그 죄는 태워야 하지 않겠나.
떠날 것을 예감하며 환희에 젖는 아,
완성으로 가는 길이다.
세상이 아직 호기로울 때
안녕, 이제 기꺼이 고별을 하자.
우리 모두 떠날 때
눈부시게 타오르는 삶이겠기에.
「바람 그리기」시편 : 책나무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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