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사랑 / 이문형
빛이 있으라 했다.
그 빛남 속에 존재하는 누구나
그림자 하나씩을 갖고 있다.
오늘, 당신의 그림자가 녹색이었다가
내일, 당신의 그림자가 붉은 색으로 변한다면
너나없이 보호색을 만들 수 있다면
분별없는 세상 너무 어지럽겠다.
거리를 활보하면서도 어느 날, 지상에서
당신의 그림자가 홀연히 사라질 수도 있겠다.
살아온 삶이 형형색색 그림자에 새겨진다면
아, 살아온 세월보다 더 슬픈 일 아닌가.
빛이 있는 곳에서만은 모든 그림자는
무채색으로 평등하다. 당신과 내가, 꽃과 나무와 새와 짐승들이 저마다 따로 또 같이 부대끼는 제 세상에서, 유일하게 모든 경계 사라지고 하나가 되는 그늘. 「바람 그리기」시편 : 책나무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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