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바람 그리기

황사주의보 / 이문형

이문형 2008. 3. 21. 00:47

            황사주의보  /  이문형 

 

 

내륙의 가장 깊은 중심, 허허한 사막에서

더 어쩔 수 없는

먼지 알갱이로 부서지고

영혼까지 미라로 말라야 한다.

때로는 와디에서 신기루로

하루 만에 꽃 피우고 열매까지 맺어봐야 한다.

그러기를 천년은 더 지속되어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가벼워지고 있다.

미세한 입김에도 제자리를 지킬 수 없는

그런 것들이 바람에게 온몸을 맡기고

하늘을 가리면서 우우 몰려가는 무리

대륙을 지나고 바다를 건너 어디든 떠돈다.


천지가 상처투성이다.


  - 와디 : 비가 내릴 때만 물이 흐르고 이내 말라 버리는 골짜기.


 「바람 그리기」시편 : 책나무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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