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에 심지꽂고 / 이문형
개흙 속을 속속들이 뒹굴어봐야
뿌리 하나 뻗을 자리 알 수 있다는데
세상 사는 의미도
백팔번뇌를 거쳐봐야 겨우 눈 뜬다는데
사랑도 사랑 나름
이속저속 다 태워봐야
겨우 앞 가름 할 수 있는 등 하나로
내걸릴 수 있다는데
연등으로 세상에 내걸린다는 거
근원으로부터 영혼 하나 쑥 올라와 연꽃 피운
그 꽃술에 심지 꽂아
줄기에서 연엽으로 연근까지 내려가며
하나하나 등불 켜는 일
개흙 속을 뒹굴던 잔뿌리 그 아래로 내려가며
자괴를 모두 파헤치는 일
견뎌온 삶을 처절하게 밝혀
원죄까지 확연히 들추어내는 일
연등으로 세상에 내걸린다는 거
자빈지 안식인지 그리움인지도 모를
작은 떨림이라도 혹, 찾아보는 일
나를 사르고 살러 빛으로
세상 건너는 일
「바람 그리기」시편 : 책나무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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