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물 / 홍성란
신
벗어두고
간 데 없이 간 사내처럼
영산홍 꽃 다 진 잎가지나 붙들고
목소리 간 데 없는 매미, 비어있는
집 한 채
마음을 넘겨버리고
울도 못 하는 저 허깨비
잃는 건 노래 아니라 너에게 가는 날개여서
일평생 몸을 바수며
너는 네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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