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2

발레리나 / 최현우

이문형 2014. 1. 4. 01:51

                    발레리나  /  최현우

 

 

부슬비는 계절이 체중을 줄인 흔적이다

비가 온다, 길바닥을 보고 알았다

당신의 발목을 보고 알았다

부서지고 있었다

사람이 넘어졌다 일어나는 몸짓이 처음 춤이라 불렸고

바람을 따라한 모양새였다

날씨는 가벼워지고 싶을 때 슬쩍 발목을 내민다

당신도 몰래 발 내밀고 잔다

이불 바깥으로 나가고 싶은 듯이

길이 반짝거리고 있다

아침에 보니 당신의 맨발이 반짝거린다

간밤에 어딘가 걸어간 것 같은데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돌았다고 한다

맨발로 춤을 췄다고 한다

발롱! 더 높게 발롱!

한 번의 착지를 위해 수많은 추락을!

당신이 자꾸만 가여워지고 있다

 

 

 - 2014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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