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占을 갖고 싶은 새들 / 박성준
새는 알을 깨고 나오기 전까지
그림자를 갖지 못한다
척추에는 공터가 가득하고 내장에 든 바람에게는 발목이 없다 날아가면서 말을 갖는다는 것은 허공에서 만들어진 근육으로 의사를 교환하는 일
날갯죽지에 쌓아둔 말은 늘 건강하고
새는 이동함으로써 함구한다
새는 그 선천성부터가 감각뿐이라, 알을 낳고 배설하는 사건만으로도 살아있다
( 간혹 어떤 새는 말 대신 토를 하고 싶은 속성도 있다 )
새는 나는 동안에만 그림자를 갖지만
새의 그림자는 날아가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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