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2

우포늪 왁새 / 배한봉

이문형 2012. 5. 14. 01:00

                  우포늪 왁새  /  배한봉

 

 

득음은 못하고, 그저 시골장이나 떠돌던

소리꾼이 있었다, 신명 한가락에

막걸리 한 사발이면 그만이던 흰 두루마기의 그 사내

꿈속에서도 폭포 물줄기로 내리치는

한 대목 절창을 찾아 떠돌더니

오늘은, 왁새* 울음 되어 우항산 솔밭을 다 적시고

우포늪 둔치, 그 눈부신 봄빛 위에 자운영 꽃불 질러놓는다

살아서는 근본마저 알 길 없던 혈혈단신

텁텁한 얼굴에 달빛 같은 슬픔이 엉켜 수염을 흔들곤 했다

늙은 고수라도 만나면

어깨 들썩 산 하나를 흔들었다

필생 동안 그가 찾아 헤맸던 소리가

적막한 늪 뒷산 솔바람 맑은 가락 속에 있었던가

소목 장재 토평마을 양파들이 시퍼런 물살 몰아칠 때

일제히 깃을 치며 동편제 넘어가는

저 왁새들

완창 한판 잘 끝냈다고 하늘 선회하는

그 소리꾼 영혼의 심연이

우포늪 꽃잔치를 자지러지도록 무르익힌다

 

*왁새:왜가리의 별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