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2

낙타사파리 / 이영식

이문형 2012. 2. 28. 02:19

            낙타사파리  /  이영식

 

 

낙타의 몸속에는 지도가 숨어있다

어미젖 떼고 마신 첫물 냄새로 시작하여

사막 곳곳 샘터의 기억을 새겨 넣는다

肉峰

깊숙이 내장된 물의 지도,

낙타의 全生 출렁이며 발굽을 끌고

모래바다 위 좌표를 찍는다

 

낙타는 발자국을 지우지 않는다

풀 한 포기 없는 다클라마칸 황사계곡

목숨처럼 찾아 마신 물의 유전자가

골수에 스며들 때쯤

쌍봉낙타 고개 들어 입 거품을 뿜어 날린다

사막의 정령은 그제야 생각난 듯 바람 놓아

발자국을 쓸어 덮는다

 

낙타는 알라에게 목을 꺾지 않는다

무릎 높고 보폭 좁은 걸음 도도하기 짝이 없다

인간이 세워놓은 아흔아홉 神宮 너머

카멜의 누각, 그 높은

정신을 향해 긴 눈썹이 열린다

깃털 같은 마지막 짐 하나에 거꾸러지면서도

그들의 별자리에 神聖을 모셔놓았다

 

낙타사파리를 떠나자

일상의 갈고리에 걸려 비루먹던 나날들

뚝, 떼어 던지고 사막으로 가자

낙타가 길 없는 길을 어떻게 제 몸피 속에 그려 넣는지

그리움 깊으면 십리 밖 물 냄새도 맡을 수 있는지

오래전 우리 꿈에서 빠져나간 몽고반점 같은

물의 지도를 따라가 보자

 

한입 베어 물고 싶은 날고기 같은 하늘 아래

사막의 시간은 산 채로 씹힐 것이다

날 것 그대로의, 나를 만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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