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를 말한다 / 조용숙
저녁 식탁 위에 오른 고등어 한 마리
한 점 떼어 삼키려다 목에 걸린 가시 한 조각
성급히 뱉어내려 켁켁거리는 사이
어느덧 내 몸이 바다 한 가운데에 가 닿는다
살이 발려나가는 순간,
바다의 물고기는
떨어져나간 제 생의 한 조각을 찾아
한 번 더 출렁였을지 모른다
날카로운 가시 가슴에 품고도
저 아닌 다른 것을 찔러본 적 없는 물고기
살이 다 발려지기까지
몸속 가시를 함부로 드러내지 않는다
가시를 향해
뭔가 찌르고 싶은 깊은 적의를 숨기고 살았을 거라
태연하게 말하는 사람들
몸속에 가시를 품고 사는 고통을
꿈에라도 짐작이나 해 봤을까
어쩜 제 몸에 박힌 가시에서 벗어나기 위한
바다의 몸부림처럼
구름 끼고 날 궂은 날
파도가 그렇게 출렁였던 것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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