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2

해인에서 온 편지 / 권갑하

이문형 2012. 2. 9. 16:16

       해인에서 온 편지  /  권갑하

 

 

화엄으로 떠났다는 전갈 잘 받았습니다

텅 빈 울음 빌어 벽을 허무는 바람 앞에

단풍은 제 속을 태워 저리 눈부십니다

 

숲을 이룬 한 세월 벅차고 즐거웠다고요

나뭇잎이 일러주는 상형의 길을 따라

달빛 속 갈앉은 바다 섬 하나를 띄웁니다

 

누구도 스스론 해인에 닿지 못한다지만

오는 길은 희끗희끗 낯설지 않을 겁니다

그림자 빈 하늘 가득 오롯 비칠 테니까

 

비친다는 것은 맑게 떠오른다는 거겠지요

만상을 부둥켜안고 부서지던 길 하나

저 심연 고요를 열듯 환히 피어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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