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에서 온 편지 / 권갑하
화엄으로 떠났다는 전갈 잘 받았습니다
텅 빈 울음 빌어 벽을 허무는 바람 앞에
단풍은 제 속을 태워 저리 눈부십니다
숲을 이룬 한 세월 벅차고 즐거웠다고요
나뭇잎이 일러주는 상형의 길을 따라
달빛 속 갈앉은 바다 섬 하나를 띄웁니다
누구도 스스론 해인에 닿지 못한다지만
오는 길은 희끗희끗 낯설지 않을 겁니다
그림자 빈 하늘 가득 오롯 비칠 테니까
비친다는 것은 맑게 떠오른다는 거겠지요
만상을 부둥켜안고 부서지던 길 하나
저 심연 고요를 열듯 환히 피어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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