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서나 볼만한 일이 내게 생겼다.
얼마 전까지 잘 자라던 무가 갑자기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새가 무순을 따먹은 줄 오해를 해서 새를 원망한 적이 있다. 그래서 어떤 새인가, 어떻게 할 것인가, 궁리를 하던 중이었다. 꿩, 산비들기, 까치, 참새, 오리, 요즘은 철새까지 많은 새들이 놀다가니까.
다시 무씨를 심었다. 그것마저 일주일이 걸려 무순이 나자 누군가가 또 무순만 똑 잘라 먹은 것이다.
밭을 일구고 비닐을 씌워 씨를 심고 물을 주어 일주일이상 기다리며 싹을 틔워놨더니 무순만 똑 잘라 먹다니!!!
사촌동생이 와서 보더니 고라니 새끼가 그랬다는 것이다. 새는 무순을 먹지 않는단다.
동네 이장이 놀라며 자기 집 뒷산까지는 내려오는 것을 알았지만, 내 밭에 내려온 것은 처음이란다.
하긴 작년에도 이런 일은 없었다. 배추벌레가 무잎을 갉아먹는 정도였었는데… 나중에 알아보니 연못가에서도 고라니가 뛰어다니는 걸 보았단다. (무밭과 가까운 곳에 아직 관리가 안 된 연못이 있다.)
<고라니 발자국이 여기저기 찍혔다>
<고라니 발자국>
<2차로 다시 심은 무순을 또 잘라먹힌 밭>
<무순이 잘라먹힌 자리>
<무순이 사라진 무 확대사진>
주변에 울타리를 치자니 막막하고, 내버려두자니 기막히고, 올무를 만들자니 또, 그렇고… 참, 난감하다.
좋은 방법을 생각해 봐야겠다.
그래도 아직은 멧돼지가 출현하지 않은 것만해도 다행이다. 축동안 지역은 민가가 별로 많지 않아 멧돼지가 나타나 경작한 밭의 옥수수고 고구마고 콩이고 다 먹어치워 엉망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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