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2

연서 / 최형심

이문형 2013. 3. 9. 02:35

                                                     연서  /  최형심

                                                     - 이순정 씨에게

 

 

저녁의 강은 황홀합니다. 연어들의 붉은 역류를 따라 은빛 비늘이 소용돌이 속으로 사라집니다.

 

바람이 일어나 새벽의 수차를 돌릴 때, 나는 미망의 강줄기로 감기겠습니다.

 

모종삽에 사나흘 내리 눈이 내리고 나는 한갓 길손으로 장작불의 환한 주위가 됩니다.

 

북항이 보이는 창가에 앉아 해의 각도가 된 당신. 당신을 베끼고 있는 시간이 편종 소리를 팽팽히 당기고 있습니다.

 

노년이 집어등에 대고 입김을 부는 밤. 나는 정적과 나란히 누웠습니다. 묵언은 아직 입술에서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다만 미래의 낱말들로 꿈을 꾸었습니다.

 

천리경 속에 든 밤. 게들은 옆으로만 헤어졌습니다.

 

나는 눈알을 이마에 대고 당신을 생각합니다. 낡은 이물에 태양을 매단 목선을 봅니다. 닻 대신 달을 내려 정박한 밤들에 대한 소문이 무성합니다. 환청에 떠는 새들과 해조음을 베고 동안거에 든 신발들이 문 앞에 가지런합니다.

 

은륜을 풀어 둥근 파문을 감으면 바람에 의탁한 한 생애가 때 아닌 눈발이 되어 내립니다.

 

 

 

 

 

 

 

 

 

'시2'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별 / 허만하  (0) 2013.04.03
흠집 / 박후기  (0) 2013.03.24
가야, 보라빛 왕도 / 유안진  (0) 2013.02.24
와운산방(臥雲山房) / 장석남  (0) 2013.02.13
화병 / 김기주  (0) 2013.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