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2

바람의 말 / 마종기

이문형 2013. 8. 12. 22:26

     바람의 말  /  마종기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 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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