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2

회인에서 속리를 보다 / 정진명

이문형 2013. 6. 28. 18:29

  회인에서 속리를 보다  /  정진명

 

 

속리에 닿으려면

반드시 회인을 거쳐야 하네.

속세와 이별한다는 것,

작은 나를 버려서

제 안의 큰 나로 돌아가는 일이기에

지극한 사랑을 거치지 않으면

가슴 깊이 큰 사랑을 품지 않으면

창자처럼 뒤틀린 말티고개 너머

속리에 이를 수 없네.

물론, 이곳 회인을 거치지 않고

내북이나 장안으로 돌아갈 수 있다지만,

가슴에 품은 인을 거치지 않는다면

속리는 한낱 경치 좋은 구경꺼리일 뿐.

속리란 자신을 버려야만 이를 수 있는 곳.

속리를 간다는 건

속세와 이별을 한다는 건

사랑의 완성인 인마저 떠나는 것.

자신을 버리는 큰 사랑을 이루지 못하면

무덤만 기다리는 곳이 속리.

진정 속리에 가 닿기 위해서는

반드시 회인을 지나야 하네.

가슴 속에 큰 사랑을 품어야 하네.

진정한 속리란 어디인가 생각하며

그리로 가는 길을 묻는 곳,

회인에서 속리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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