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인에서 속리를 보다 / 정진명
속리에 닿으려면
반드시 회인을 거쳐야 하네.
속세와 이별한다는 것,
작은 나를 버려서
제 안의 큰 나로 돌아가는 일이기에
지극한 사랑을 거치지 않으면
가슴 깊이 큰 사랑을 품지 않으면
창자처럼 뒤틀린 말티고개 너머
속리에 이를 수 없네.
물론, 이곳 회인을 거치지 않고
내북이나 장안으로 돌아갈 수 있다지만,
가슴에 품은 인을 거치지 않는다면
속리는 한낱 경치 좋은 구경꺼리일 뿐.
속리란 자신을 버려야만 이를 수 있는 곳.
속리를 간다는 건
속세와 이별을 한다는 건
사랑의 완성인 인마저 떠나는 것.
자신을 버리는 큰 사랑을 이루지 못하면
무덤만 기다리는 곳이 속리.
진정 속리에 가 닿기 위해서는
반드시 회인을 지나야 하네.
가슴 속에 큰 사랑을 품어야 하네.
진정한 속리란 어디인가 생각하며
그리로 가는 길을 묻는 곳,
회인에서 속리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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