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2

노루귀가 피는 곳 / 최인숙

이문형 2012. 1. 21. 00:58

       노루귀가 피는 곳  /  최인숙

 

 

그래 그래 여기야 여기

신기해하고 신통해하는 것은 뜸이다

안으로 스미는 연기의 수백 개 얼굴이

아픈 곳을 알아서 나긋나긋 더듬는다

그러고 보면 뜸은 어머니의 손을 숨기고 있다

 

뜸과 이웃인 침을 권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침의 얼굴과 대적한 적 많아

보는 순간 심장부터 놀라 돌아서곤 한다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뜸이 다 사그라지기를 기다리다 보면

어머니도 부엌에서 또 뜸을 뜨고 계셨다

아침저녁 굴뚝으로 하늘 한켠을

 

할머니 무덤 여기저기에

노루귀가 피었다

겨울과 봄 사이

가려워 진물 흐르는 대지에

아니 너와 나의 그곳에

누가 아련히 뜸을 뜨고 계시다

 

- 2012 경상일보 시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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