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2

낮달 또는 수월관음도 / 윤금초

이문형 2014. 7. 28. 00:23

       낮달 또는 수월관음도  /  윤금초

 

 

#1

옥판선지 속 빛 같은 문기 어린 공중 거기

해거름 낮달 한 채 양각으로 돋아있다.

허공은 무젖은 화첩, 숨결소리 들려온다.

 

#2

이따금 비늘구름 미점산수 그려놓고

풋잠 깜박 들었다가 한껏 부푼 구름 일가

빛바랜 수월관음도가 저 달 위에 내걸린다.

 

#3

목화구름 반쯤 비낀  하늘 가녘 벗겨나 내고

소리 먼지 길을 트는 금시조가 나는 건지,

때로는 십이파필 긋고 항적운이 빗겨 간다.

 

#4

양감질 하다 말고 일몰 또한 멈칫거리는

만 리 밖 적막을 훝는 안항의 그림자들

화첩 속 일흔 날 이생이 꿈결엔 듯 머흘다.

 

 - 제12회 유심작품상 시조부문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