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2

시인들 / 류근

이문형 2014. 5. 17. 02:31

               시인들  /  류근

  

 

이상하지

시깨나 쓴다는 시인들 얼굴을 보면

눈매들이 조금씩 찌그러져 있다

잔칫날 울지 않으려 애쓰는 사람처럼

심하게 얻어맞으면서도

어떤 이유에서든 이 악물고 버티는 여자처럼

얼굴의 능선이 조금씩 비틀려 있다

 

아직도 일렬횡대가 아니고선 절대로 사진 찍히는 법 없는

시인들과 어울려 어쩌다 술을 마시면

독립군과 빨치산과 선생과 정치꾼이

실업자가 슬픔이 과거가 영수증이

탁자 하나를 마주한 채 끄덕이고 있는 것 같아

천장에 매달린 전구알조차 비현실적으로 흔들리고

빨리 어떻게든 사막으로 돌아가

뼈를 말려야 할 것 같다 이게 뭐냐고

물어야 할 것 같다

 

울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