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2

숨의 세계 / 이혜미

이문형 2014. 5. 7. 00:38

             숨의 세계  /  이혜미

 

 

잠든 이의 코에 손을 대어보는 사람은

영혼을 믿는 자다 깊은 밤,

숨은 수풀을 지나 진창을 흐르고

깊이 젖어 고단한 채 돌아온다

 

녹기 시작한 발자국을 따라가듯

먼저 잠든 이의 숨에 입김을 잇대어

호흠의 다발을 엮으면

 

한편은 불타는 숲

한편은 휘도는 눈보라

 

사이를

숨은 새처럼 날아간다

문득, 다른 궤도로 진입하는 행성처럼

 

안겨 잠든 새벽에만 들리는 소리가 있어

하나의 눈송이가 메마른 들판으로

순하게 내려앉는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