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2
꽃문 / 김기리
이문형
2014. 3. 19. 01:38
꽃문 / 김기리
눈 부릅뜬 산문의 이유를
이 꽃문 보고 알았다
꽃밭 한 평 뚝 떼어 들고 가고 싶은
손버릇 나쁜 마음이 두근거리고
큰 뜻엔 문이 없다지만
문 안에 큰 뜻 앉아계신다.
문 하나 없는 愚問이 꽃문 앞에서 서성거린다.
우물살꽃문에 창살꽃은 한 번도 진 적이 없다
환한 한낮엔 문 밖에서 피고
달밤은 문 안에서 핀 지가 오래 되었지만
지금은 묵직한 墨畵로 닫혀 있다
평생 눕지도 않고 서 있는 한 평 화단이
경첩의 마음에 들어 있고
창호지에 뿌리내리고 있는 우물살꽃문 창살꽃
저 문의 안과 밖 사이에는 어떤 계절이 있어
여러 송이 꽃 피워내고 있을까
달빛 종이엔 마음 쪽 겸손한 채색이지만
햇살 종이엔 얼굴 쪽 웃는 채색이다
안과 밖의 어느 쪽도 좋아
나의 계절로 삼고 싶을 뿐이다
저 꽃밭에는 계절이 없다.
계절을 거느리지 않고도 꽃들을 피워내는 법력이
문살로 촘촘하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