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지털기2

인문학 명강 (5)

이문형 2014. 3. 4. 00:39

<봉지털기 246-5>

사마천은 사기에서 말의 중요성에 관하여 굉장히 많은 부분을 할애했습니다.

"여러 사람의 입은 쇠도 녹인다"라는 의미의 "중구삭금衆口鑠金"이란 말로 유언비어의 폐해를 지적했고, "일언구정一言九鼎"이라며 "말 한마디가 가마솥 9개 무게"는 되어야 하고, "일락천금一諾千金"이라며 한 번 약속한 것의 값어치는 천금보다도 더 귀중하다며 말의 가치를 강조합니다. 또 "삼촌지설三寸之舌 강어백만지사强於百萬之師"라며 "세 치의 혓바닥이 백만 군대보다 더 강하다"라는 말도 합니다. (P 264)

 

공자는 시경을 일러 '사무사思無邪'라고 했습니다. 사무사는 세속에 찌든 인간들을 진실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게 해주는 힘이 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P 277)

 

앞서 살펴본 모시서, 시본의, 시집전 이 세 가지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글자가 있는데 바로 시자입니다. 윤동주 시인, 정현종 시인 등 시인을 지칭할 때도 이 시자의 근원은  시경에서 나온 겁니다. 그럼 이 글자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우리는 늘 시를 말하면서도 이 글자가 어떤 구조로 되어있는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이 기회에 그 구조를 알아 보겠습니다.

이 글자는 언言 자와 사寺 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허신은 설문해자에서 "시詩, 지야志也, 종언시성從言寺聲 즉,'시는 언어로 마음을 나타내는 문학 형식의 하나이다. 글자는 언을 의미요소로 사는 발음요소로 하여 구성되었다'라고 했습니다. 형성자입니다. 그러나 원래는 언 자에다 사 자의 윗 3획으로 이루어진 글자였습니다. 사 자의 윗3획은 토土 자가 아니라 지之 자의 고자인 지 자였습니다. 이 경우에 시 자는 회의자입니다.

모시서를 쓴 사람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시가 무엇인지에 대해 가장 적절한 말을 한 사람입니다. 그는 "시자詩者, 지지소지야志之所之也, 재심위지, 발언위시"라고 했습니다. 즉 '시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마음 속에 있는 것은 뜻이고 말로 표현하면 시가 된다.'라는 것입니다.

어떤 시인은 시 자에 절 자가 들어 있다며, 이것은 "언어의 절간이다"라고 웃긴 적이 있습니다. (P 281)

 

산해경의 해경 편을 보면 황제는 중원의 지배자였으나 변방의 강자인 치우의 도전을 받아 신국은 일대 전쟁에 휩싸이게 됩니다. 황제를 중심으로 한 황제파인 황제-응룡-발(가뭄의 신)과 치우를 중심으로 한 치우파 치우-풍백(바람의 신)-우사(비의 신) 두 계열의 신들의 전쟁은 황제 측의 승리로 끝납니다. 이후 황제는 여러 종족의 조상으로 문명의 창시자로 추앙됩니다. 이 전쟁신화는 여러 가지 의미로 읽히는데 중원과 변방의 대립에서 중원의 정통성을 확립했으며, 야만의 상태인 카오스에서 조화로운 문명인 코스모스로 이행했다는 등의 해석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단군신화에서 환웅천왕을 보필했던 풍백과 우사가 치우를 도와 황제와 싸우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로 미루어 치우가 단군신화 내지 한국 신화와 모종의 상관관계가 있지 않을까 추리해 볼 수도 있습니다.

치우는 본래 동이계 종족의 군장이었습니다. 황제와의 전쟁에서 패배해 죽었다고 하는데 나중에 전쟁의 신으로 부활했습니다. 옛날에 장군들은 전쟁에 나서기 전에 치우 사당에 가서 제사를 올렸습니다. 한나라를 건국한 유방도 치우에게 제사를 많이 드렸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치우 사당에 가서 제사를 지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조선시대의 책 동국세시기를 보면 단옷날에 집집마다 치우의 모습을 그려서 붙이면 전염병 귀신들이 못 들어왔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그만큼 치우는 우리나라에서는 굉장히 익숙한 신입니다. (P 316)

 

만만蠻蠻이라는 새는 몸이 두 개가 합쳐져야 날 수 있습니다. 날개가 한 짝밖에 없어 혼자서는 날지 못합니다. 마치 오리처럼 생겼는데, 이 새가 나타나면 홍수가 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만만을 불길한 새로 여겼습니다. 하지만 나중에는 문학작품 같은 데서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연인을 '비익조'라고 일컬으며 만만을 상서로운 새로 인식하게 됩니다. (P 322)

 

 - 강신주 외 14. 동양고전. 인문학 명강. 21세기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