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2

바람의 풍경 / 김석인

이문형 2014. 1. 23. 01:31

            바람의 풍경  /  김석인

 

 

억새의 목울대로 울고 싶은 그런 날은

그리움 목에 걸고 도리질을 하고 싶다

있어도 보이지 않는 내 모습 세워놓고

부대낀 시간만큼 길은 자꾸 흐려지고

이마를 허공에 던져 비비고 비벼 봐도

흐르는 구름의 시간 뜨거울 줄 모른다

내려놓고 지워야만 읽혀지는 경전인가

지상에 새긴 언약 온몸으로 더듬지만

가을은 화답도 없이 저녁을 몰고 온다

 

 - 2014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