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지털기2

인문학 명강 (2)

이문형 2014. 1. 14. 02:17

<봉지털기 246-2>

창조에 대한 요구가 있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창조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창조를 가능하게 하는 어떤 지침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지침을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란 말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溫故而知新 可以爲師矣

 

옛것을 익혀서 새것을 알아낸다면 스승이 될 만하다는 말입니다. 옛것이 저절로 새것으로 될 수는 없습니다. 옛것이 새것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말하면서 공자는 溫과 知의 가치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온과 지가 창조의 비밀인 셈입니다. 창조한다는 것은 크게 두 가지 면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세상에 없던 것을 창작하거나 기존의 것을 재배치하는 것입니다. 전자는 신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방식입니다. 이것은 사람이 꿈꿀 수 없는 능력이죠. 후자는 만들었던 레고 블럭을 부수고 새로운 형태를 만드는 것처럼 기존의 것을 해체하여 다시 맞추는 과정입니다. (P 64)

 

12월 5일에는 관을 짜게 하고, 12월 8일 아침 매화 화분에 물을 주라고 하고는 그날 저녁 앉아서 운명했습니다.

퇴계의 문제의식을 알지 못하면 그의 글을 읽어도 그의 사상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퇴계전서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옵니다.

 

'인위적인 노력 없이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마치 깊은 산 무성한 숲 속에 한 떨기 난초가 꽃을 피워 종일 그윽한 향기를 풍기고 있지만, 난초 스스로는 향기를 내고 있는 줄 모르는 것과 같다. 이것이 바로 군자가 자아 완성을 위해 공부하는 뜻과 꼭 들어맞는다. (P 103)

 

도가 바람직한 것임을 아는 자를 선인善人이라 한다. 도를 자신에게 지닌 자를 신인信人이라 한다. 도를 충실하게 갖춘 자를 미인美人이라 한다. 도가 내면에서 충실하게 되어 겉으로 광휘光輝가 드러나는 사람을 대인大人이라 한다. 대인으로서 질적 변화를 이룬 사람을 성인聖人이라 한다. 성인으로서 그 경지를 헤아릴 수 없는 사람을 신인神人이라 한다. (P 107)

 

제9도의 핵심은 주일무적主一無適의 경을 '동정불위動靜不違'하고 '표리교정表裏交正'하면 성인의 지위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동정불위'는 인간의 삶을 동과 정 두 박자로 본 것으로, 동할 때 어기지 않고 정할 때 어기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표리교정'이란 내외를 아우르는 인간 삶에서 내면세계를 바르게 하고 바깥으로 드러나는 세계를 바르게 하면 성현의 지위에 도달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P 117)

 

로마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로마 영토를 확장하기 위해서 군대 막사에서 살다시피 했습니다. 그가 막사에서 쓴 명상록에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없다고 해서 불행해지는 일은 없다. 그러나 자기 마음의 움직임을 보지 못하는 자는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눈치가 없고 사람의 마음을 못 읽으면 어떤 일에서든 실패하기 십상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늘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천하를 호령한 황제는 이것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조선시대 때 어느 시골 선비가 북경 시내 번화가에 갔습니다. 휘황한 불빛 아래에서 화려한 화장을 한 여자가 말을 타고 지나가는 모습을 보곤 순간 넋이 나갔습니다.

 

내 마음, 붉은 화장을 따라 가버리고, 껍데기만, 쓸쓸히 문에 기대어 섰네.

 

이 말을 듣곤 그 여자가 다음과 같이 화답합니다.

 

짐이 무겁다고 나귀가 성질을 부리는데, 사람 하나가 더 올라타서 그랬나 보군.

 

선비와 여인의 주고받은 말에 재치가 넘칩니다. 마음이 사람의 무게에 전부를 싣고 있습니다. 우리는 마음과 더불어 살고 있고 마음을 쓰면서 살고 있습니다. (P 131)

 

 - 강신주 외 14. 동양고전. 인문학 명강. 21세기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