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2

에스토니아에서 / 한보경

이문형 2013. 9. 23. 02:51

      에스토니아에서  /  한보경

 

 

 

노랗게 미쳐가는 밀밭을 지날 때

 

나도 짧게,

 

고흐처럼 미치고 싶었다

 

무겁게 들고 다니던

 

수많은 색깔들을 다 내려놓고

 

노란 밀밭처럼

 

아무런 이의를 달지 않는 만장일치가 되고 싶었다

 

노랗지 않고는 도달할 수 없는

 

완벽한 일체의 순간

 

나도

 

고흐처럼

 

노랗게, 미치고 싶었다

 

 - 시집 : 여기가 거기였을 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