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2

피정 / 이인원

이문형 2013. 5. 6. 01:00

         피정  /  이인원

 

  

조금 먼저 내린 눈송이가

조금 뒤에 내리는 눈송이에게 

말없이 어깨 내밀어주는 아침부터 

 

조금 늦게 당도한 어둠이 

조금 일찍 도착한 어둠의 어깨에 

말없이 머리를 기대는 저녁까지 

 

꽁꽁 잘 뭉쳐진 고요 한 덩이만으로 

조금도 목마르지 않은 날

 

내일은 

조금 빨리 왔던 내가 

조금 천천히 오고 있는 네게 

말없이 자리 비워주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