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지털기2

통섭 (9)

이문형 2013. 2. 13. 01:08

<봉지털기 241-9>

 교양 과목들은 각각의 내용에 있어서 탄탄하고 서로의 관계에 있어서 정합적인 만큼 성공할 것이다. 나는 학문의 커다란 가지들 간의 인과적 연결을 회피하는 “교양 과목”이 대학의 핵심 교과 과정으로 자리 잡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 인과적 연결은 단지 은유여서도 안 되고 개별 분과의 성과들을 나열하는 식이어서도 안 된다. 후세들을 위한 고귀한 모험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P 464)

 

유전체 공학은 인류 진화사의 마지막 세 번째 단계일 것이다. 호모 사피엔스에서 정점을 이룬 200만 년간의 호모 속의 역사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들을 모양 짓는 유전 암호들을 관찰하거나 인식하지 못했다. 그것들은 초미세현미경으로만 보이기 때문이다. 역사 시대인 지난 1만 년 동안 인간 개체군은 대개 지역적인 기후 조건에 의존하여 인종의 분화를 경험했다. 이것은 훨씬 더 이전의 역사와 동일한 경험이었다. …중략…

현대 의학의 발전으로 인류의 진화는 두 번째 시기로 진입했다. 유전적 결합들이 점점 더 상당히 완화되고 억제되었다. 유전자 자체가 열성 대립 인자의 형태로 남아 있을 때조차도 말이다. 예를 들어 패닐케톤 요증은 최근까지도 신생아 1만 명당 1명꼴로 발생하며 이 병에 걸린 아기들은 심한 정신 지체를 보인다. 연구자들은 특정한 열성 유전자가 짝을 이룬 형태로 존재하며 페닐알라닌(공통의 아미노산)의 정상적 신진대사를 뱅해하는 것이 페닐케톤 요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중략…

우리는 아직 의지적인 진화의 시기에 들어서지 못했지만, 그러한 전망에 관해 생각해 볼 만큼 충분히 가까이 다가가 있다. 정말 자유로운 최초의 종인 호모 사피엔스는 우리를 만들어 낸 자연선택을 해제하려 하고 있다. 우리의 자유 의지 바깥에는 유전적 숙명도, 우리의 갈 길을 알려주는 길잡이별도 없다. 인간 본성과 인간 역량의 유전적 진보를 포함하는 진화는 이제부터 도덕적 · 정치적 결정으로 조절되는 과학 기술의 영역에 속할 것이다. 우리는 곧 우리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고 어떻게 되고 싶은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어린 시절은 끝났다. 이제 메피스토펠레스의 진짜 음성을 듣게 되리라. (P 476)

 

공동의 의미와 목적의 문제는 시급하면서도 당연한 문제이다. 다른 이유가 없다면 그것이 환경 윤리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인류가 전지구적 규모의 문제를 만들어 냈다는 것에 의심을 품을 사람은 거의 없다. 아무도 바라지 않았지만 우리는 지구 기후를 바꿀 만한 지구물리학적 힘을 갖게 된 최초의 종이다. 이전에는 판구조, 태양의 플레어(flares), 빙하 주기 등이 했던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또한 우리는 6500만 년 전 유카탄 반도 근처에 떨어져 파충류의 시대를 끝장낸 10킬로미터 크기의 운석 이래로 최대의 생명 파괴를 저지르고 있다. (P 477)

 

그들과 우리 대부분은 이제 수련 연못 산수 수수께끼의 교훈을 배워야한다. 연못에 수련 잎이 하나 있다. 매일 수련은 두 배로 불어난다. 30일째 되는 날 연못은 완전히 수련으로 뒤덮여서 더 이상 자랄 수 없게 되었다. 연못이 반만 덮이고 반은 비어 있던 날은 몇 번째 날인가? 바로 29일째 되는 날이다. (P 490)

 

우리의 가장 깊은 근원은 어디인가? 우리는 고유한 유전적 기원을 가진 구대륙 영장류이며 영특한 창발적 동물이다. 또한 새로 발견된 생물학적 성과의 축복을 받았기에, 원한다면 우리의 고향에서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조치할 수도 있는 그런 존재이다. 이것이 다 무얼 의미하는가? 그 의미는 다음과 같다. 우리 자신과 생물권을 살아 있도록 유지하기 위해 인공 보철 장비에 의존하는 만큼 우리는 모든 것을 허약하게 만들 것이다. 또 우리가 나머지 생명을 추방해 버리는 만큼 우리는 영원히 인류를 피폐하게 만들 것이다. 그리고 잔머리를 굴려 우리의 유전적 본성을 포기하고 만다면, 그리고 마치 신이나 된 것처럼 착각하고 오래된 유산을 방기하며 진보라는 이름 아래 도덕, 예술, 가치를 내동댕이친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될 것이다. (P 508)

 

- 에드워드 윌슨(최재천, 장대익 옮김). 학문. 통섭. (주)사이억스 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