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2

겨울, 바람의 칸타타 / 김성현

이문형 2012. 12. 12. 13:05

   겨울, 바람의 칸타타  /  김성현

 

 

오래된 LP판이 하나씩 읽고 있는

스산한 풍경 위로 바람이 불어간다

노래가 다 그런 것처럼 스타카토 눈빛으로

 

산까치 몇 마리가 앉았다가 떠나버린

잎 다 진 가로수들 우듬지 그 사이로

흰 구름 붉은 마음은 서쪽으로 흐르고

 

음역音域의 강을 건넌 짧이진 하루해를

빠르게 궁굴리며 다시 불어온 바람

아무리 되짚어 봐도 길은 너무 아득하다

 

누구나 한두 번쯤 절망 끝에 섰겠지만

지원진 음표만큼 눈은 더욱 깊어져서

LP판 둥근 세상으로 봄날은 또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