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2
시인 / 김해자
이문형
2012. 9. 16. 10:26
시인 / 김해자
시인이 뭐하는 사람이냐, 묻길래 시시한 사람이라 했다
일 년 중 10개월을 바다 위에서 사는 어린 선원들이 갸우뚱 하길래
시시한 일로 파도처럼 날마다 우는 사람이라 답했다
낚시 바늘에 꿰인 지렁이처럼 지렁이 따라 우는 사람이라 했다
밤바다처럼 막막해서 밤마다 제 몸 때리는 사람이라 했다
물거품처럼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 했다
아들 뻘 되는 선원들이 박장대소하며 덥썩 안아주길래
시시한 것 때문에 웃는 사람이라 답했다
포옹만으로도 행복한 세상에서 젤 시시한 사람이 시인이라 했다
행복할 때 동그라미 하나 흘리고 신이라 착각하는 족속이라 했다
짚신 고무신처럼 납작 엎드려 신겨지는 물건이라 했다
깔창 밑으로 지렁이 웃음소리를 듣는 짐승이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