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바람 그리기

침향 / 이문형

이문형 2012. 9. 3. 11:52

          침향  /  이문형

 

 

너를 안다는 것은

너보다 먼저 태어나는 아픔으로

날개를 파닥여봤거나

가슴 한 쪽이 먼저 죽어도 보고

곳곳에 도려낼 수 없는

깊은 옹이가 박히지 않는다면

결코 모르는 일이다.

 

너를 사랑한다는 것은

너보다 더 너로 인해 고통스럽고

쓸쓸하고 막막할 때

너의 찢긴 상처에 상처가 덧나

상처가 봉합되지 않을 때

그 상처에 상처를 덧대어 아물 때까지

같이 하는 것이 사랑이라면

 

눈 시퍼렇게 뜨고

한 천년 이 너른 포구에서

떠날 것 다 떠나보내고 사랑만 남아

하늘 향 서리도록 견뎌볼 일이다

 

   「바람 그리기」시편 : 책나무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