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과 필연 (2)
<봉지털기 239-2>
에고(Ego)를 저버리고 이드(Id)를 중요시하는 것은 (창조적 자발성을 중요시하는 데 대해서는 굳이 말할 것도 없다). 우리 시대의 특징이다. (P 47)
불변성이나 합목적성과 같은 이상한 속성들은 물론 물리학을 위반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속성들은 결코 비생명계에 대한 연구에서 드러나는 물리적 힘들이나 화학적 상호작용들을 가지고는 완전히 설명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살아 있는 물질(생명체)’ 속에는 물리학의 원리들 이외에도 또 다른 원리들이 덧붙어져 작용한다고 인정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반면 이러한 또 다른 원리들은 비생명계들에서는 작용하지 않으므로, 이들에게서는 발견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또 다른 원리들을(이를 엘자서는 ‘비오토닉 법칙들’이라 명명한다.) 연구해야 하는 것이다. (P 48)
테야르 드 샤르댕의 생물학적 철학은, 만약 그것이 과학계에서까지 거두었던 그 놀라운 성공이 아니었더라면, 굳이 논의할 만한 가치가 없다. 이 철학의 성공은 사람들의 불안을, 즉 자연과의 물활론적 결속을 다시 맺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사람들이 느끼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테야르는 실로 단도직입적으로 이 결속을 맺어놓았다. 베르그송의 철학과 마찬가지로, 테야르의 철학은 전적으로 어떤 시원적인 진화론적 원리가 존재한다는 공리 위에 근거한다. 하지만 베르그송과는 달리, 테야르는 진화적 힘이 미립자들로부터 은하계에 이르기까지 온 우주 전체에서 작용한다는 것을 인정한다. ‘생기 없는’ 물질이란 없다. 그러므로 물질과 생명 사이에는 아무런 본질적 구분도 없다. 이러한 생각을 ‘과학적인 것’처럼 제시하기 위한 욕망에서, 테아르는 이 생각을 에너지에 대한 새로운 정의 위에 근거 지우려 한다. 에너지는 이제 말하자면 두 개의 벡터를 따라 나눠진다. 그중 하나의 벡터는 (내가 짐작하기에) ‘보통의’ 에너지인 반면, 나머지 다른 하나의 벡터는 진화적인 상승의 힘에 대응하는 것이다. 생명체들과 인간은 에너지의 정신적인 벡터를 따라 이뤄지는 이러한 상승의 산물들인 것이다. 이러한 진화는 모든 에너지가 이 정신적 벡터를 따라 한 점에 집중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 이 한 점이 바로 오메가 점이다. (P 54)
만약 하나의 보리알이 그에게 정상적인 성육 조건을 만난다면, 열과 습기의 영향 아래에서 그 종에 특유한 변모 작용이 그 안에서 진행되어 싹이 돋는다. 즉 알로서의 보리알은 사라지고 부정된다. 보리알로부터 태어난 보리에 의해 대체되는 것이다. 이 보리는 보리알의 부정이다. 하지만 이제 이 보리는 어떤 여정을 밟게 될까? 이 보리는 자라서, 꽃을 피우고, 수정하여, 새로운 보리알들을 낳게 된다. 그리고 이들 보리알들이 성육하게 됨에 따라 보리의 줄기는 시들게 된다. 이번에는 보리가 부정되는 것이다. 이러한 ‘부정의 부정’을 통해 우리는 다시금 최초의 보리알을 갖게 된다. 다만 한 알이 아니라 그 수는 10배, 20배, 30배에……이른다.
엥겔스는 여기서 더 나아가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
수학에서도 이와 마찬가지다. 어떤 산술적인 양, 예컨대 a를 예로 들어보자. 이 a를 부정하게 되면, -a가 얻어진다. 이 부정을 다시 부정하기 위해 -a에다 -a를 곱하면, a2을 얻는다. 즉 처음과 같은 정正의 수량이지만, 처음보다 그 차원이 하나 높아져 있다…… (P 64)
- 자크 모노 (조현수 옮김). 철학. 우연과 필연. 궁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