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2

적소에서 / 이성목

이문형 2012. 4. 16. 01:07

             적소에서  /  이성목

 

 

꽃 지는 소리 시끄러워 문을 닫아 둡니다.

솜이불 귀를 떼어 바람의 귀를 막습니다.

아침에는 탱자나무 울타리에 굴뚝새 날아들어

까칠해진 공중에 손바닥 도장 찍어 둡니다.

깃털이 폴폴 날고, 그 이른 시각에

부엌에서 무얼 하다 나오는지 부지깽이

벌겋게 단 얼굴을 물웅덩이에 댑니다.

빨랫줄에 걸어 둔 젖은 길

마르지도 못한 채 염문은 시들합니다.

저녁에는 방안에 헛기침 가득 들어차서

모로 누울 자리조차 없습니다.

 

세상이 말리는 사랑을 내가 하였으니

 

종일 발자국 중얼거리는 댓돌 아래

개가 물어다 놓은 뼈마디

욱신욱신 아픈 것을 모르겠습니까.

 

마음 드나드는 소리 아뜩하여

몸의 문을 닫아 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