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2

통증 / 고영민

이문형 2012. 2. 9. 16:19

                                                      통증  /  고영민

 

 

   중국에는 편지를 천천히 전해주는 느림보 우체국이 있다지요 보내는 사람이 편지 도착 날짜를 정할 수 있다지요 한 달 혹은 일 년, 아니면 몇십 년 뒤일 수도 있다지요 당신에게 편지 한 통 보냅니다 도착 날짜는 그저 먼 훗날 당신에게 내 마음이 천천히 전해지길 원합니다 당신에게 내 마음이 천천히 전해지는 걸 오랫동안 지켜보길 원합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수십 번, 수백 번의 후회가 나에게 왔다 가고 어느 날 당신은 내가 쓴 편지 한 통을 받겠지요 겉봉을 뜯고 접은 편지지를 꺼내 펼쳐 읽겠지요 그때 나는 지워진 어깨 너머 당신 뒤에 노을처럼 서서 함께 편지를 읽겠습니다 편지가 걸어간 그 느린 걸음으로 내내 당신에게 걸어가 당신이 편지를 읽어내려가며 한 홉 한 홉 차올랐던 숨을 몰아내쉬며 손을 내려놓을 즈음 편지 대신 그 앞에 내가 서 있겠습니다.